[취재수첩] 현실화한 중대재해법發 '로펌 호황'

입력 2022-03-15 17:16   수정 2022-03-16 00:09

요즘 대형 로펌 대표들을 만나면 누구나 가장 먼저 꺼내는 얘기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사고가 난 기업에 법률자문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펼친 무용담, 법 시행 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거운 기업들의 관심 등이 화젯거리다.

실제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두 달도 안 돼 로펌들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은 어김없이 대형 로펌에 법률자문을 맡겨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로 ‘중대재해 1호’ 기업이 된 삼표산업을 시작으로 여천NCC, 요진건설산업,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김앤장, 광장, 태평양, 화우, 율촌 등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과 손을 잡았다.

사고가 나지 않은 기업들까지도 로펌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적잖은 기업이 사고가 났을 때 초동 대응 방안을 습득하기 위해 로펌에 문의를 쏟아붓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로펌 의존증’은 사고가 터지면 스스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실상을 실감한 데서 비롯됐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는 게 대다수 기업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한 달여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강도 수사·조사로 기업에 대혼란이 벌어지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수사권을 가진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동시에 뛰어들어 진상 조사를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지방자치단체, 환경부, 소방청 등도 제각각 진상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조사에 응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다”는 기업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있음에도 곧바로 대표가 입건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법 시행 전부터 제기된 ‘한 번의 사고로 최고경영자(CEO)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대형 로펌들의 중대재해 특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산재 사고가 단숨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중대재해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처벌받을 가능성부터 걱정하기 일쑤다. 근로자도, 기업도 지금까지는 누구 하나 이 법 시행으로 인한 혜택을 봤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전 많은 전문가는 이 법이 로펌들만 배 불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그 예상이 정확히 맞아 들어가는 분위기다. 이쯤 되면 사고 없는 산업 현장을 만든다는 법 제정 취지가 온전히 구현되고 있는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법 개정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실질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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